<시칠리아 섬의 저녁기도>는 베르디작품 중 자주 공연이 되진 않지만 베르디 정신이 아주 많이 들어 있는 작품 중 하나였다. 오페라의 주인공은 아니지만 애국열사 역인 프로치다의 행동과 말 속에는 진정 조국애에 피 끓는 베르디의 모습이었다. 이탈리아 지휘자 무티가 서곡을 지휘하는 모습은 마치 이탈리아의 애국가를 지휘하듯 그 열정은 우리들의 체온을 달구기에 충분했다. 음악이 문학에 종속되어 있다하더라도 몇몇 곡들이 무대 위에서 빛날 때 우리는 음악의 매력을한층 더 느낄 수 있었다.
<시칠리아 섬의 저녁기도>는 비예술적인 요소로 가득한 그랜드 오페라라는 특징을 가지고 태어났고 5막을 위한 발레나 스펙타클 씬이 이야기에 큰 영향을 주지 못했어도 역사적 사실에 근거한 주인공들의 갈등이 슬픔과 기쁨으로 이어가는 과정이 진정 비극이었다. 엘레나와 아리고는 서로의 사랑을 지키기 위해 고통 받지만 어느 오페라에서와 마찬가지로 테너들이 순간이나마 사랑을 오해하는 모습은 역시 인간임을 진하게 느낄 수 있었다. 상황비극이 주는 고통과 인간의 양심이 교차할 때 우리는 어떻게 그 절망을 이길 수 있을까?하는 생각을 하면서 무대를 바라보았다.
오래 전 호세쿠라와 다니엘라 데시가 콘서트 형식으로 <일 트로 바토레>안의 이중창을 완성하는 명장면을 잊을 수 없다. 당시 다니엘라 데시야말로 우리시대 최고의 소프라노였고 10여년이 흐른 오늘 엘레나 역으로 그녀의 건재함을 다시한번 일깨웠다. 데시와 아르밀리아토가 진짜 부부이서인지 이중창의 호흡은 환상이었다. 또한 베르디가 파리에서 시칠리아 인이 프랑스인을 습격하는 역사적인 사건을 주제로 고발하는 용기는 어느 정치인보다도 위대했다. 그래서 엑토를 베를리오즈는 ‘군주 같은 위엄’을 보여준 오페라라고 정의했나 보다. 비록 27개의 베르디 오페라 중 top을 차지하진 못하지만 많은 여운을 남긴 작품이다.
by 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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