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차르트(1756~1791)의 <피가로의 결혼>은 1786년 그의 나이 30세에 빈에서 초연되었다. 오페라를 깊이 파고들수록 그 내용이 가지고 있는 작품성이 대단해 나폴레옹은 프랑스 혁명이 <피가로의 결혼>에서 시작되었다고 했을 정도다. 또한 모차르트는 언어감각과 흥행감각이 뛰어난 대본가 다 폰테(1749~1838)를 만나 다 폰테 3부작 <피가로의 결혼><돈조바니><코지판 투테>를 계속 만들었는데 아쉽게도 모차르트 사후 다 폰테는 이처럼 유명한 작품을 남기지 못했다한다. 이 세 작품이 위대한 평가를 받는 것은 모두 이탈리아 작법으로 거듭 태어난 점이다.
<피가로의 결혼>이전에 작곡된 곡들은 대부분 귀족들에게 봉사한 탓에 대중적인 위로나 감동이 없었다. <피가로의 결혼>이 비로소 대중을 향한 첫 작품으로 성에 대한 남성들의 보편적인 심리나 행동 때문에 여자들이 받는 고통이 주제였다. 오페라 제목이 <피가로의 결혼>이니 주인공이 피가로나 혹 수잔나로 보일지 몰라도 음악적 주인공은 백작부인이다. 왜냐하면 그녀가 부른 두곡의 아리아는 수준 높은 음악적 변화로 레시타티보 세코와 레시타티보 아콤파냐토가 서로 공존하니 바로크 시대를 지난 새로운 오페라의 시도였다.
<피가로의 결혼>은 등장인물이 무려 11명이나 되고 복잡하고 지루하지만 귀족과 하인이 서로 속이는 과정이 단순한 웃음이 아니라 귀족의 세력이 서서히 약화되고 점차 계몽주의 사상이 지배하게 됨을 느낄 수 있다. 어느 시대나 보수와 진보가 있듯이 피가로의 결혼을 찬성하는 파와 반대하는 파가 자신의 이익과 타협으로 오가며 아주 흥미진진하게 전개된다. 내용적 주인공인 수잔나를 통해 귀족의 혁명을 강요하지 않았지만 귀족의 악습은 폐단 되어야 한다고 대항했으니 모차르트의 자유의지가 강하게 느껴진다. 또한 성장기 혼동을 겪는 케루비노는 모차르트가 각별히 애정을 갖는 인물로 모차르트 자신이나 그 시대의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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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가로의 결혼>의 원작은 프랑스 작가 보마르셰(1732~1799) 3부작 중 제 2부에 해당하고 1부는 로시니의 <세빌리아의 이발사>이고 3부는 <죄 많은 어머니>로 연극으로만 남아있다. 로시니의 <세빌리아 이발사>에서 피가로는 백작과 백작 부인 로지나의 결혼을 위해 결정적인 중간 역할을 했는데 지금 그 백작이 초야권을 소급해 수잔나를 유혹한다. 우여곡절 끝에 결혼이 성사되지만 또 한명의 슬픈 백작부인의 심정이 되는 수잔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듣다. 편지의 이중창을 부르는 그녀들의 목소리는 아름다움이 아니라 슬픔이었다. 모든 부파는 ‘인간은 결혼할 때까지만 행복하다’고 결론을 내리고 있으니 희극의 본질까지 알 수있다.
현재 오페라 연출의 빅3는 데이비드 파운티니, 그레이엄 비크, 로버트 카슨인데 영국의 데이비드 맥비커(1966~ ) 연출이 퍽 인상적이다. 그는 늘 파격적인 연출과 권위를 무시하고 변화무쌍한 무대를 선보였지만 이번 <피가로의 결혼>은 당시 고전에 충실해 오히려 많은 이야기를 추론할 수 있었다. 1막 무대를 살펴보면 창고에서 신방을 꾸미는데 열악한 하인들의 삶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예리한 지적이었다. 2006년 모차르트 탄생 250주년 기념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에서 구트의 연출로 아르농쿠르가 선사한 최고의 앙상블,,, <피가로의 결혼>을 오버랩 해 본다.
by 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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