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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시즌 때면 푸치니(1858~1924)의 <라 보엠>이 보고 싶다. <라 보엠>은 크리스마스 이브 날 찾아온 낭만적인 사랑이야기이다. 라 보엠이란 프랑스어로 보헤미아인 이란 뜻으로 속세의 관습이나 규율 따위를 무시하고 방랑하면서 자유 분망한 삶을 사는 시인이나 예술가들을 말한다. <라 보엠>은 푸치니가 작곡한 4막의 오페라로 젊은 시절 자신의 방랑 생활의 애환을 그린 작품으로, 1896년 토리노 레조 극장에서 초연되었다.
푸치니는 어느 예술가보다도 화려하고 자신의 삶을 풍요롭게 즐기며 살았다. 잘 생긴 외모와 멋진 감각 때문에 늘 스캔들이 따라 다녔고 덕분에 아내는 악처로 남았다. 그런 푸치니의 가장 성공작이며 서정적인 <라 보엠>은 여주인공 미미의 폐병이 시간의 벽을 넘지 못하고 죽음으로 마감하는 청춘 연애 이야기이다. 원작은 앙리 뮈르제의 소설 <보헤미안들의 풍경>로 볼 적마다 감상적이 되니 푸치니의 잔잔한 마술에 걸리는 오페라이기도 하다. 누구나 젊은 시절 이런 추억의 한 장면을 떠올릴 수 있다면 지나 온 세월이 아깝지 않을 것 같다.
<라 보엠>의 좋은 영상물이 많아도 잊을 수 없는 것은 역시 프랑코 제피넬리 연출로 루치아노 파바로티(1935~2007)와 미렐라 프레니(1935~ )의 공연이다. 이 영상물은 <라보엠>의 고전으로 젊은 시절 쩌렁쩌렁 울리는 파파로티와 필라토( filato :소리의 선을 길게 뽑아 유지하는 것) 창법인 긴 호흡으로 노래 부르는 프레니가 얼마나 훌륭한 소프라노인지 알 수 있다. 현재 유럽 오페라 무대의 소프라노들과 비교하여 보아도 그녀만큼 모든 테크닉과 발성이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는 소프라노는 드물다. 그녀는 자신만의 구체적인 표현력과 절망을 노래하는 모습이 탁월하며 크레센도와 디미누엔도에 의한 소리의 효과와 피아니시모의 섬세함 그리고 풍부한 저음까지 훈련 외에 타고난 선천적인 감각이 돋보이는 소프라노였다.
오랜만에 본 <라 보엠>의 두 주인공이 더 좋아진다. 추운 겨울 두 사람의 사랑은 따뜻한 훈기로 무대를 가득 채웠고 서로에게 희망이고 인생이었다. 무엇보다 6명의 삶 속에 진한 마음이 느껴지는 대목이나 행동이 <라 보엠>이 가지고 있는 프리미엄이었다. 많은 박수를 받았던 무대였지만 더 이상 파바로티도 프레니의 남편인 콜리네 역의 니콜라이 갸오로프(1929~2004)도 세상에 없다. 파바로티와 프레니는 이태리 모네나에서 같은 유모의 도움 아래 성장했고 함께 성공을 했으며 수 많은 연주 여행을 다녔다. 그녀도 쓸쓸히 지난 공연을 보고 있을 상상을 하니 인생에서 영원한 것은 없다는 사실이 우리를 성숙하게 한다. 인생이 아무리 덧없다고 하여도 기쁜 우리 젊은 날의 추억으로 되돌아 오니 큰 위로가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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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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